‘지속 가능성’은 더 이상 브랜드의 선택이 아닌 시대의 요구입니다. 패션 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에는 친환경 소재나 비건 가죽 사용 정도만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깊은 책임이 요구됩니다. 바로 ESG입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단순한 친환경 마케팅을 넘어 기업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글로벌 기준입니다. 패션 브랜드 역시 이 기준 아래 자신들의 비즈니스 방식을 점검하고, 소비자는 이에 따라 브랜드를 다시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ESG가 패션 산업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소비자가 왜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실질적인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봅니다.
ESG란 무엇인가? 패션에 적용되는 3가지 관점
ESG는 원래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 행동과 브랜드 평판의 핵심 지표로 확장되며, 패션 업계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E (환경): 온실가스 배출, 수자원 사용, 폐기물 처리, 소재의 지속 가능성 등.
→ 예: 브랜드가 탄소중립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재생 섬유를 사용하는가? - S (사회): 노동자 인권, 공정한 임금, 다양성과 포용성, 지역사회 기여 등.
→ 예: 의류 생산 과정에서 아동 노동은 배제되었는가? 성별·인종 다양성이 있는가? - G (지배구조): 경영의 투명성, 이사회 구성, 윤리적 경영 실천 등.
→ 예: 브랜드가 공급망 정보를 공개하는가? 윤리강령이 실제 운영되고 있는가?
패션 브랜드는 이제 제품만 예뻐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소비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왜 패션 산업에 ESG가 필요한가?
패션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자원 집약적이고, 환경 오염을 많이 유발하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10%를 차지
- 전 세계 폐수의 20%가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
- 매년 9200만 톤 이상의 의류 폐기물 발생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환경(E)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많은 패션 브랜드는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 특히 여성과 아동 노동자에 의존해 생산을 이어가고 있으며, 경영진이 이를 무시한 채 고속 생산과 유행 소비만 부추긴다면, 이는 사회(S)와 지배구조(G)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즉, ESG는 ‘지속 가능 패션’을 말하기 위한 정확하고 입체적인 잣대입니다.
브랜드가 어떤 옷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만들었고 누구를 위해 경영하고 있는지를 보는 프레임입니다.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ESG 기준 3가지
소비자는 단순한 마케팅 용어만으로 브랜드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기준을 알면, 그 브랜드가 ESG를 진정으로 실천하는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공급망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브랜드는 신뢰할 수 있습니다. 제품의 원산지나 생산 국가, 공장 위치 등을 숨기지 않고 공유하는 브랜드일수록 ESG 원칙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패타고니아는 모든 생산 공장의 위치와 노동 기준을 자사 웹사이트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식적인 환경 및 사회 관련 인증을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OEKO-TEX, GOTS, Fair Trade, B Corp, PETA 비건 인증 등은 최소한의 ESG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가 됩니다. 물론 인증 자체가 모든 걸 증명하지는 않지만, 아무런 기준도 없는 브랜드가 ESG를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으로 ESG 보고서나 지속 가능성 리포트를 발행하는 브랜드는 지속 가능성을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경영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Zegna, Stella McCartney, Kering Group(구찌 모회사) 등은 ESG 성과를 매년 문서로 공개하며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SG를 실천하는 패션 브랜드 사례
- Zegna: 이탈리아의 고급 남성복 브랜드로, ESG의 전영역에서 철학을 실행 중.
‘오아시 제냐’라는 자연 복원 프로젝트를 수십 년간 운영하며, 환경 보호에 투자.
양모 소재에는 100% 추적 시스템을 적용하여, 생산지·가공 방식·유통 단계 모두 공개. - Patagonia: 사회적 책임과 환경 리더십의 대표 브랜드.
“지구를 위한 사업(Business to Save the Planet)”이라는 경영철학을 통해,
모든 의류에 대한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수선·중고 시스템도 운영. - Eileen Fisher: 여성복 브랜드 중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평가됨.
자사 제품의 70% 이상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고 있으며, 윤리적 생산과 포용적 고용 구조를 실현.
이처럼 ESG는 브랜드의 이미지보다 경영 철학과 실제 시스템의 반영 여부에서 결정됩니다.
ESG는 소비자의 선택을 바꾼다
ESG는 기업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바뀌지 않는다면, 브랜드가 바뀔 이유도 없습니다.
‘지속 가능’이나 ‘에코’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브랜드의 행동과 구조를 따져보는 ‘지식 있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 ESG 시대의 핵심입니다.
또한 ESG는 단기 유행이 아닌 세계 시장의 기준입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ESG 공시를 기업 의무로 채택해가고 있으며,
패션 브랜드도 이를 외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마무리: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단순한 소재 선택, 한 시즌의 캠페인만으로는 진짜 지속 가능성을 말할 수 없습니다.
ESG는 패션 산업이 자신의 존재 이유와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기준입니다.
이제 소비자는 ESG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브랜드 역시 그 기준에 맞춰 책임 있게 변화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합니다.
지속 가능성은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철학은 ESG라는 구조 속에서 더욱 명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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