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 패션

식물성 가죽의 진실과 한계

roomiique 2025. 7. 2. 16:34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패션 산업 전반을 관통하면서, '비건 가죽'이라는 개념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성 가죽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식물성 가죽 소재로는 ‘파인애플 가죽’과 ‘선인장 가죽’이 대표적입니다. 겉보기에는 자연에서 왔고, 동물 희생 없이 생산되며, 지속 가능한 재료로 인식되기 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진정으로 ‘친환경’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표면적인 이미지보다는 소재의 실제 생산과정, 환경영향, 생분해성 여부, 자원 소비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파인애플과 선인장으로 만들어진 가죽이 진정으로 친환경적인 소재인지, 왜 주목받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한계를 가졌는지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께 실질적인 판단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식물성 지속가능 소재로 만든 의류와 버섯의 질감이 결합된 비건 패션 콜라주 이미지
자연 유래 소재를 활용한 지속 가능 패션을 상징하는 콜라주 이미지

식물성 가죽이란 무엇인가?

식물성 가죽은 동물의 가죽 대신 식물 기반의 섬유를 활용해 만든 인조 가죽의 한 종류입니다. 주로 파인애플 섬유, 선인장, 사과 껍질, 버섯 균사체 등 다양한 유기성 자원을 가공하여 비건 레더로 제작됩니다. 이들은 동물 도살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동물 윤리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며,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착한 소비'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식물에서 채취한 섬유 자체로는 가죽의 질감이나 내구성을 구현하기 어려워, 대부분 폴리우레탄(PU) 또는 생분해가 어려운 바인더(접착제)를 혼합해 강도를 보완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화석연료 유래 성분이 사용되며, 결과적으로 소재의 친환경성은 원재료만큼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파인애플 가죽(Piñatex)의 특징과 생산 방식

Piñatex는 필리핀 등 열대 지역에서 생산된 파인애플 잎 섬유를 이용한 가죽 대체 소재입니다. 파인애플 수확 후 버려지는 잎을 재활용하여 섬유를 추출하고, 이를 부직포 형태로 가공해 가죽 느낌을 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점에서 파인애플 가죽은 농업 부산물을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지속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섬유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PU 코팅이 필요하고, 방수나 내마모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성 수지나 접착제가 포함됩니다. 또한 생산지에서 원재료를 수집하고 섬유화한 뒤, 다시 외부에서 가공과 코팅을 거치는 복합적 공급망 구조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즉, 파인애플 가죽은 원천소재는 지속 가능하지만, 완제품 단계까지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보면 탄소 중립성이나 생분해성 측면에서는 아직 보완이 필요합니다.

선인장 가죽(Desserto)의 장점과 우려 요소

멕시코에서 개발된 Desserto는 대표적인 선인장 기반 비건 가죽 브랜드입니다. 선인장은 건조한 기후에서도 자라며 물 소비량이 적고, 농약이나 비료 없이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배 환경 면에서는 매우 친환경적입니다. Desserto는 유기농 선인장 재배 후, 성숙한 잎을 수확해 건조하고 분쇄한 다음, 식물성 바인더와 함께 가공해 시트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초기 평가에서는 선인장 가죽이 유연성, 질감, 내구성 면에서도 기존의 동물성 가죽에 준하는 수준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에는 여전히 소량의 PU나 PVC 계열의 첨가물이 포함되며, 100% 식물성만으로 만든 순수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대량 생산 시 품질 균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으로, 상업화가 진행될수록 공정 내 화학적 보완 요소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따라서 선인장 가죽은 재배단계에서는 뛰어난 지속 가능성을 지녔지만, 실제 제품이 소비자 손에 도달할 때까지의 가공단계에선 친환경성과 상업성 사이의 균형을 여전히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분해성과 탄소 발자국 측면에서의 비교

많은 소비자들이 '비건 가죽'이라는 이유만으로 완전한 친환경 제품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분해 가능한가, 재활용 가능한가입니다. Piñatex나 Desserto 모두 기본 섬유는 식물성이나, 완성 제품에 PU 코팅이 되어 있는 경우 자연 생분해가 어렵고, 소각 시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처리 과정에서도 환경 부담이 따르게 됩니다.

또한, 생산 공정 중 전기 사용, 원재료 수송, 열 가공 등의 단계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이는 천연 가죽의 일부 공정과 비교해도 탄소 배출량이 결코 낮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즉, 식물성 원재료만을 근거로 '친환경'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가공방식과 폐기단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고려해야 할 실질적 판단 기준

결국 친환경 소재를 선택한다는 것은 감성적인 이미지가 아닌, 객관적인 정보와 구조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
소비자는 구매 전 브랜드가 공개하는 소재의 구성 비율공급망 투명성폐기 방식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품에 ‘비건’이나 ‘에코’라는 단어가 붙어 있어도, 구체적인 성분표시와 인증이 없다면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실제로 100% 식물성 가죽인지혼합된 플라스틱은 없는지재활용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은 결국 정보에 기반한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바꾸는 미래

지속 가능 패션의 확장 흐름 속에서 파인애플과 선인장 가죽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소재는 기존 동물성 가죽이 가진 윤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식물성 자원의 순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소재들이 ‘친환경’이라는 타이틀을 완전히 획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원재료의 유래만이 아닌, 제품화 과정에서의 화학처리 여부, 탄소 배출량, 자원 순환 구조 등 전 주기적(Full Lifecycle) 관점에서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지속 가능성은 단일 요인이 아닌 복합적 요인의 균형에 의해 결정됩니다. 식물성 가죽이 ‘비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친환경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이며, 오히려 그린워싱에 가까운 소비를 유도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은 수치, 정보, 투명한 구조를 바탕으로 검증되어야 하며, 소비자는 그러한 내용을 비판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윤리적 감식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속 가능성은 단일 요인이 아닌 복합적 요인의 균형에 의해 결정됩니다. 식물성 가죽이 ‘비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친환경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이며, 오히려 그린워싱에 가까운 소비를 유도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은 수치, 정보, 투명한 구조를 바탕으로 검증되어야 하며, 소비자는 그러한 내용을 비판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윤리적 감식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지속 가능한 패션 시장에서는 감성적인 슬로건보다 정량화된 투명성, 소재 기술의 진보,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 기준의 성숙도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소비는 단순한 개인적 만족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환경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의사 표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