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 패션과 스코프3: 소비자가 바꿀 수 있는 미래
아침마다 옷장을 열어 수많은 옷들 사이에서 무엇을 입을지 고민할 때, 그 선택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의 스타일을 고르는 짧은 순간이 사실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옷장을 여는 감각이 바뀌게 됩니다. 패션 산업에는 스코프 3이라는 낯설지만 핵심적인 개념이 숨어 있습니다. 지속 가능 패션이 공허한 수식어가 아니라 현실적인 행동이 되려면, 이 보이지 않는 사슬을 알아야 합니다.
스코프 3은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세 가지 범주로 나눌 때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스코프 1은 공장에서 직접 배출되는 연기와 배기가스를, 스코프 2는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열을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간접적인 배출을 뜻합니다. 그리고 스코프 3은 그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을 포함합니다. 원자재 생산, 가공, 운송, 유통, 소비자의 사용과 폐기까지 제품의 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배출을 의미합니다.
스코프 3은 공장에서 나오는 굴뚝 연기처럼 눈에 바로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숨겨진 곳에서 만들어집니다. 면화를 재배하고, 천을 염색하고,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운송되고, 소비자가 세탁하고 버리는 그 모든 과정에 고스란히 숨어 있습니다.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이 이 숨겨진 영역에서 발생합니다. 이제부터 스코프 3이 왜 중요한지, 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지, 그리고 소비자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옷장을 여는 손끝에 담긴 선택의 의미를 함께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패션 산업의 숨겨진 문제, 스코프 3을 이해하다
패션 브랜드들은 종종 '우리는 친환경 공정을 도입했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말은 절반의 진실일 뿐입니다. 스코프 3은 공장 담장 밖에서 시작됩니다. 옷이 만들어지고 소비되어 버려지기까지의 여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를 스코프 3이라 부릅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 그 수치가 놀랍습니다. 목화밭에 물 7,500리터가 필요하고, 농약과 살충제로 토양과 강이 오염됩니다. 방직 공장에선 기계가 돌아가며 전력을 쓰고, 염색 과정에서는 유독한 폐수가 하천에 흘러갑니다. 천은 봉제를 거쳐 옷이 되고, 배와 트럭으로 대륙을 건너 창고에 도착합니다. 그 사이 냉난방과 조명에 또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소비자가 사서 세탁하고 건조하는 동안도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버려진 옷은 썩지 않은 채 매립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지구에 살고 있는 80억 명의 사람 중 절반이 한 해에 단 한 벌씩만 덜 산다면, 지구는 수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스코프 3은 전 세계 섬유·패션산업 전체 배출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긴 배출의 사슬은 대부분 기업이 관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바꿀 수 있습니다. 덜 사고, 오래 입고, 세탁을 줄이면 이 사슬이 느슨해집니다. 오늘 입은 셔츠가 1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20킬로그램의 탄소를 배출했다면, 같은 선택을 반복할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을 떠올리는 순간 이미 변화를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는 옷 한 장이 지구 반대편의 공장과 하천, 그리고 누군가의 삶에까지 연결된다는 점을 안다면 선택은 달라집니다. 패션 산업의 배출량이 항공과 해운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코프 3의 존재를 알고 질문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선택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한 벌의 옷이 거치는 긴 여정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안다면 더 이상 무심히 고르기 어려워집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옷을 고를 때 가격표를 보고 디자인을 살펴보며 구매합니다. 그러나 그 옷은 작은 씨앗에서부터 시작해 놀랍도록 긴 여정을 지나왔습니다.
목화밭에서는 씨앗이 뿌려지고, 그 위에 물과 농약이 쏟아집니다. 강은 오염되고, 그 물을 마시던 마을 사람들은 병들어 갑니다. 수확된 목화는 방직 공장에서 실이 되고, 다시 전기를 소비해 천이 됩니다. 염색 과정에선 수많은 화학물질이 강으로 방류되고, 매년 20억 톤 이상의 폐수가 바다로 흘러갑니다. 천은 봉제 공장을 거쳐 옷이 되고, 컨테이너에 실려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합니다.
매장에 걸린 옷은 화려한 조명과 냉난방 속에서 기다립니다. 소비자가 세탁하는 순간마다 물과 전기가 쓰이고, 미세섬유는 바닷속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결국 버려진 옷은 매립지에서 수십 년간 썩지 않습니다.
이렇게 긴 여정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희생, 그리고 자원이 들어갑니다. 유럽연합의 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 버려진 의류의 85%가 여전히 매립되거나 소각됩니다. 이런 현실을 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싼 가격’이라는 이유로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제 질문이 달라집니다. 정말 필요한가? 오래 입을 수 있는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같은 질문을 다시 드립니다. 이 모든 과정을 알고도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옷이 만들어지고 버려지기까지의 과정에는 지구의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 과정을 알아주고 바꾸려는 순간, 그 상처는 멈추게 됩니다. 선택은 당신의 옷장에서 시작됩니다.
소비자가 만드는 변화, 지속 가능 패션의 가능성
기후 위기를 막는 힘은 기술이나 정책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패션 산업을 움직이는 힘은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지갑을 어디에 열고 어디서 멈추느냐가 기업의 전략을 바꾸고, 시장의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이미 유럽과 일본, 북미에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중고 의류 시장은 2023년 기준으로 3천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소비자들이 오래 입고, 대여하거나, 친환경 브랜드를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대기업들도 뒤늦게 공급망을 전환하고 재생 원단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팁을 드립니다. 새 옷을 사기 전에 반드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벌을 덜 사면 25킬로그램의 탄소가 줄어듭니다. 세탁 주기를 줄이고 낮은 온도로 세탁하면 미세섬유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입지 않는 옷을 기부하거나 교환하면 새 옷 한 벌의 생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실천들이 모여 산업 전체를 바꾸게 됩니다. 당신이 오늘 던진 질문 하나가 내일의 산업을 바꿉니다. 지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의 오늘의 선택입니다. 지금 이 글을 클릭하고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선택은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강력한 건 사람입니다. 소비자가 바뀌면 브랜드는 따라옵니다. 그리고 시장은 결국 소비자의 거울입니다.
선택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옷을 고르면서 지구의 미래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습관처럼 고르지 않고, 더 이상 숫자가 적힌 가격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그 작고 조용한 변화가 스코프 3이라는 거대한 사슬을 끊어내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제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 옷이 지구에 남길 흔적은 무엇인가?’ 그 질문이 바로 지속 가능 패션의 시작이자, 지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선택입니다.
오늘 당신이 내리는 선택이 지구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당신의 손끝에서 시작되었습니다.